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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베트남 쌀국수는 상당히 트렌디한 음색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온 듯하다. 트렌드랑은 담쌓은듯한 길동 구석까지 프렌차이즈 쌀국수집이 두군데나 생긴걸 보면 말이다. 인정원은 베트남 쌀국수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도 전에 둔촌동에 자리를 잡은 월남쌈 전문점이다. 주인 아저씨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베트남 요리에 반해서 한국에서 같은 음식을 팔 결심을 하셨다고 한다. 과연 다른 프랜차이즈 음식점과는 쌀국수에 올리는 꾸미도 상당히 다르고, 월남쌈으로 치자면 푸짐함에서 어떤 프랜차이즈 쌀국수집도 따라오기 힘들다.

 일단 그릇을 받으면 꾸미로 올라있는 파에 놀라게 된다. 예의 양파절임도 없다. 하지만 숙주와 고수는 확실하게 서브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스타일로 모디파이된 것인지, 아니면 한국식으로 변형된 된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고수보다는 훨씬 친숙한 채소이긴 하다. 면은 납작한 면. 국물을 맛보면 확실히 향신료를 적게 사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확실히 국내용으로 조절된 흔적이 역력하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론 향신료 냄새가 물씬 베어있는 여느 쌀국수에 비해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상당히 한국요리화한 쌀국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덕분에 낯선 음식에 대해 까다로운 어머니도 쉽게 드실 수 있었다.

 다소라도 이국적인 느낌의 요리를 원한다면 비추, 그냥 아무 생각없는 시원한 속풀이용 쌀국수 한그릇, 약간 다른 느낌의 쌀국수, 푸짐한 월남쌈으로 회식을 원한다면 추천. 월남쌈을 주문하면 쌀국수 한냄비가 포함된다. 라이스 페이퍼는 추가금 없이 리필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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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삼선짬뽕을 좋아한다. 외식메뉴에서 베스트3에 들어갈 만큼 좋아한다. 평소 점심값에서 담배 한갑 분량의 돈을 더 지불하면 뭔가 스페셜하고 호사스런 느낌을 주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스페셜. 호사스런 느낌.
 이 두가지 기분은 대개는 두 가지가 충족되면 가능하다. 하나는 불맛이 물씬 나는 막 볶은듯한 아삭한 채소들. 그리고 풍부한 해물. 그러니까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크게 배신당하지 않을 수 있다. 대략 육, 칠천원의 가격은 아직도 중국집에선 스페셜한 가격이니까. 아주 바쁜 시간을 살짝 피해서 가주기만 한다면.

 동화반점은 동대문 밀리오레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제법 명성이 있는 중국집이라고 한다. 주요 메뉴는 팔보환자라는 요리와 삼선짬뽕. 그런데 왠걸. 왠만한 중국집에선 실망시키지 않는 메뉴로 그것도 대표메뉴라고 명성이 있는 메뉴에 난 매우 실망했다. 뭐 이유는 한 가지다. 스페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삼선짬뽕이 많이 나가는 집이기 때문일까? 보통 다른 집의 삼선짬뽕이라면 채소와 해물을 따로 볶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 여기 짬뽕은 전형적인 오래끓인 국물과 건더기다. 채소는 흐물흐물하고 해물도 맛이 다 빠져서 퍽퍽하다. 해삼1조각, 조개 부스러기, 생선살, 오징어, 그리고 꽤 많은 새우가 들어있다. 새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식재료 상에가면 널려있는 흔하디 흔한 수입산 칵테일 새우에 요새도 감동하는 사람이 있을까? 흐물거리는 피망과 배추때문에 실수로 홀에 한번 나왔던 디쉬를 다시 데워온것일까 라는 느낌마저 있다. 재활용 느낌이 물씬난다. 그것도 삼선짬뽕에서! 국물을 맛보니 충분히 뜨겁지 않고 닭냄새가 물씬 올라온다. 중국집에서 치킨스프스톡으로 국물의 베이스를 쓰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이렇게 강하게 주장할 필요는 없을텐데. 게다가 해물이 중요한 삼선짬뽕에서. 홀에서 시키면 이천원하는 짜장면을 파는 우리 동네 중국집보다도 맛이 없다.

 다시한번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음식점은 가지 말것. 세상에는 많고도 많은 미맹(味盲)들이 있으니 검증되지 않은 블로거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명성을 신뢰하지 말 것. 두 가지 진리만을 확인했다. 다른 메뉴는 먹어보지 않았지만 짬뽕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비추. 명성에 현혹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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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이었던가 내한공연때 이곡을 시작한 일순간 관객들이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저 앞에 시작하는 박수를 따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따라하다가 박자가 꼬일 무렵 스티브 로드비랑 눈이 딱 마주쳐서 슬그머니 손을 내려놓았었다. (그는 열심히 박자를 맞추는 나를 보고 웃어주었던 것 같다.) 아무튼 퍼스트 서클은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팻메스니 그룹의 씨디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좋아하는 곡이다.

 비디오는 어쩌다가 보게 되었는데 north sea jazz 란 문구로 보아서 북해 재즈페스티벌 쯤이 되려나. 몇년도의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고 흔치 않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서 얼른 담아왔다. 궁금한 분은 오피셜 홈페쥐에서 찾아보심 될듯. http://www.northseajazz.com/ 

 부록은 팻메스니그룹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곡. Phase dance. 역시나 락 취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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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라는게 참으로 귀했던 1989년. 중학생 꼬마가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쇼비디오자키를 끝까지 보고 마지막에 따라 붙을지도 모르는 비디오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종로에 있는 신나라 레코드 혹은 (새로생긴) 뮤직랜드에 가는 것이었다. 뭔가 이벤트 같은 느낌으로 큰 마음을 먹고 156번 이었던가 그런 번호의 버스를 타고 종로에 내리면 뭔가 퇴폐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레코드 자켓을 실컷 둘러보고 커다란 멀티비전으로 다리가 아플때까지 혹은 같이간 친구가 짜증을 낼때까지 뮤직비디오를 보고나서는 코스모스 였던가 하는 분식집에서 쫄면 같은걸 먹고 집으로 돌아오곤 헀다. (선불이라는 서버의 말에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비디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깊게 남아있는 비디오가 있었는데 한참을 궁금해 하다가 이제와서야 그게 데이빗 리 로스 밴드의 곡이고 거기서 나를 사로잡았던 기타리스트가 스티브 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년후 고삼이 되고 나서야 스티브 바이의 passion & warfare 를 듣고 팬이 되었던지라 설마 저 우스꽝 스러운 비디오의 기타리스트가 괴짜 천재 구도자 같은 이미지의 스티브 바이일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난히 기억에 남아있던 불꽃모양의 기타를 스티브 바이의 기타 컬렉션에서 발견하고 다시 스티브 바이가 솔로로 활동하기 전 밴드활동의 경력을 뒤져보고 화이트 스네이크와 데이빗 리 로스의 비디오를 뒤져서 찾아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꼼꼼한 사업가 타입이라는 데이빗 리 로스답게 최고의 테크니션인 빌리 시헌과 스티브 바이를 양쪽에 포진시켜 놓고도 키보드가 전면에 등장하는 팝송을 부르고 있다. 그런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두 사람의 플레이란. 이렇게 20년전 가슴을 두드렸던 비디오를 보고 있자니 참 그 동안 먼길을 걸어왔군 이란 생각이 든다.
 
부록은 그 당시 야한쪽으로 가장 문제가 많다고 소문만 자자했던(본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 yankee rose .

Posted by 버그맨

2008. 6. 10. 02:48 favorites/book

픽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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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전집2.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민음사









미로와 깨닳음이라는 삶의 중요한 두가지 경지에 있어서
깨닳음에 있어선 몰라도
(아마 이부분의 1등은 노자가 될것 이지만)
미로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협소하기 이를데없는 나의 독서목록중에선 미로부분 1등 작품.
(이 목록의 어떤 부분의 1등은 당연히 커트 보네거트 이지만)

순환.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미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방법
(진실과 거짓이 있긴 있다면 말이겠지만).

당신은 진정으로 위대한 작가입니다.

남미는 우리나라만큼이나 마술에 대해서 관대하므로.
엑조틱이란 껍질을 애초에 없이 볼 수 있었어요.

게다가
촘촘한 주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또 한번 즐거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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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다카하시 겐이치로/웅진지식하우스












나는 한때 나에게 시심(詩心) 이란 없는것인줄 알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에게 시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다른 시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낭만적인 시심만을 12년동안 강요당해온 건
일종의 강간
일부는 브레인워시

아무튼 나는 원하고 있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게 되었다.
하일지를 읽으며 잘난척 하던 것을
잘난척해서 깨닫지 못했던 것을
마침내 무방비로 괴퍅한 내용의 이것을 읽으며 얻게 되었다.

그냥 난 모던보이는 아니고 포스트 모던보이였을 뿐이고
그것이 나의 잘못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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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6. 05:08 bugman

자문자답

안드로메다 패키지 투어에 대한 이너뷰(inner-view)

Q
왜 하필 '패키지' 투어인가? 없어 보이게...그냥 투어라고 해도 될것을.
A 대단한게 없는 음악이니까. 기껏해야 대중음악의 언저리에 있는 음악이고. 리스너의 상태에 일일이 맞춰주는 음악이 아니다. 미니멀한 반복을 통해서 리스너가 자신의 세계속에서 뿅가게 만드는 음악이 아니다. 틀이 있고 작곡이 되어있는 음악이니까 '패키지' 투어이다. 단체 여행처럼 가이드(나)한테 끌려다니는 음악이다. 다음번 싱글은 '프리투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Q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은 아닌데?
A 정체성을 따지자면 신디사이저를 많이 사용한 연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적인 작법은 오래된 것들 뿐이다. 기껏해야 19세기 이전에서 머무는 것들이고. 굳이 밝히자면 YMO류의 일렉트릭 밴드에 대한 오마쥬라고 볼 수 있을까. 솔직히 모던과는 거리가 있다. 옷은 요즘애들처럼 갖춰입는다고 입었는데 촌스럽고 (좋게 말하자면 레트로) 속내는 박정희시대 아가씨나 다름없다.

Q 감상용으로는 가볍고 춤추기엔 충분히 신나지 않는데?
A 춤추러 다니지 않으니 댄스음악을 잘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 겠다. 가볍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렵게 가지 않으려고 작심한바가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도미넌트 모션의 확장과 대리코드 같이 화성적인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음악은 재미있긴 하지만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닌것 같다. 씨디에 스크래치를 내거나 바이너리 수준에서 파일을 조작해서 랜덤한 사운드를 일으키는 음악을 할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무리없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범위에서 어깨에 힘을빼고 표현하는 쪽을 택했다.

Q 뚜렷한 마케팅 타켓이 없다는 평에 대해선?
A 저예산 디지털음반의 장점은 마케팅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음반을 발판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되도록 상업적인 고려들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걸 해본다는 태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Q 리스너를 배려하지 않는 제멋대로의 발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A APT의 이름으로 나오는 디지털음반은 순전히 나와 음악의 관계만을 생각하고 만든 음악들이다. 그것을 누군가 구경하거나 말거나는 사람들 마음이다. 누군가는 그 관계에 찬성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들어주시는 분들에게는 고맙지만 사실 이 음악들은 사람들을 위한 음악은 아니다.

200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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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동장치 / 복제장치
Posted by 버그맨

2008. 6. 2. 04:31 bugman

chines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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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ese letter is the noise from white noise.
모든 음색은 화이트 노이즈를 가공해서 만들었습니다.
Posted by 버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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