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 01:46 favorites/movie
심플맨
간단한 이야기와 장면들이지만 찍은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영화들이 있다. 이를테면 갑돌이와 갑순이가 대화를 하는 아주 간단하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장면. 상투적으로 어깨너머로 보이는 상대방의 얼굴. 이 간단한 순간이 늘 그러던 방식을 버리고 미쟝센과 몽타쥬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면 난 일단 그 영화를 진지하게 대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단정하게 앉아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장면. 대사가 끝나고 바로 자르지 않고 어색함을 남기는 편집같은 것. 영화는 소설이나 연극이 아니고 아무튼 카메라로 얘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 영화라는 예술의 진면목을 살짝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된다.
할 하틀리는 명성만 알고 있었던 미지의 감독으로 씨네마테크에서 하는 특별전으로 아주 운좋게 접할 수 있었는데 과연 명불허전. 부감으로 잡은 여주인공의 어깨로 들어오는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이었다. 프레임안에서 인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이어붙일까하는 고민들이 고스란히 보이는 장면이 여기저기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저예산으로 찍었는데 꽤 반응이 좋다더라서 가보니 죄다 테레비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과 편집과 연기만 그득그득하던 누구누구의 영화랑은 달라서 너무 좋았달까. 아무튼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테레비랑은 절연하고 볼 일이다. 그런데 이 심플맨이란 영화 그 동안 보고 싶은데 보지 못했던 사람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3시 20분에 도착해서 무려 (소박한 줄이었지만) 줄을 서서 표를 샀다. 그 공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