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8. 02:23 favorites/movie

씨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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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전통이 깊은 나라에서 안락사의 문제는 상당히 첨예한 문제인 것 같다. 자살을 개인의 결단으로 보고 아름답게 혹은 숭고하게 이미지를 만들어 낸 일본이나, 왠지 개인의 원한, 억울한 혼령 같은것이 쉽게 떠오르고 마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서양 사람들이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은 죄악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식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 영화는 서구의 시각으로는 그런 접근에 꽤 성공했는지 (서양의)평단으로 부터는 제법 지지를 받고 있는 듯 하다. 정치적, 종교적 시각에 대해서는 주인공과의 논쟁이라는 방식으로 양쪽의 시각을 나누어 주었고, 주인공의 처절함에 집중해서 동정하게 만드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안락사를 지지하는 편에 서게 만드는 잘못을 범하지도 않았다. 주인공은 겉으로 (영화에서) 보기에는 제법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이고, 그가 생각하는 존엄성이란 순전히 개인이 생각하는 존엄성의 문제로 그려지는 듯 하다. (내가 스스로 존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존엄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은 적어도 영화속에선 제법 잘 지내고 있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몸의 일부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생존을 위해 구걸이든 노동이든 할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만.

 하지만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혹은 중립적인 시각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구지 뭔가를 표현해야할 이유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첨예한 문제에 있어서 판단을 유보하고 가운데 서서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맞긴다는 태도가 일으키는 잠시의 잔잔한 논의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교회를 무너뜨리고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것 같은 격렬한 행위는 그 자체로 강한 의사표현이다. 어떤 창작자가 의사표현을 중지하고 단지 가운데 서서 지켜보려고 할때, 그래서 그 작품을 본 사람들이 단지 안심하고 그냥 다양한 의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군 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갈때, 그 사안이 첨예하기 때문에, 그 작품은 중립적이라는 사실 자체로 반동적인 것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의 절박함 혹은 처절함에 대해서 중립적이라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라는 의문때문에 이 영화의 여러가지 미덕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지지를 보내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2007.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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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안톤시거역으로 끔찍한 연기를 보여준 하비에르 바뎀이 주인공. 으음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이다. 둘다 지독한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긴하지만.

Posted by 버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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