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4. 05:00 favorites/music
Goin' crazy_David lee roth
뮤직비디오라는게 참으로 귀했던 1989년. 중학생 꼬마가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쇼비디오자키를 끝까지 보고 마지막에 따라 붙을지도 모르는 비디오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종로에 있는 신나라 레코드 혹은 (새로생긴) 뮤직랜드에 가는 것이었다. 뭔가 이벤트 같은 느낌으로 큰 마음을 먹고 156번 이었던가 그런 번호의 버스를 타고 종로에 내리면 뭔가 퇴폐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레코드 자켓을 실컷 둘러보고 커다란 멀티비전으로 다리가 아플때까지 혹은 같이간 친구가 짜증을 낼때까지 뮤직비디오를 보고나서는 코스모스 였던가 하는 분식집에서 쫄면 같은걸 먹고 집으로 돌아오곤 헀다. (선불이라는 서버의 말에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비디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깊게 남아있는 비디오가 있었는데 한참을 궁금해 하다가 이제와서야 그게 데이빗 리 로스 밴드의 곡이고 거기서 나를 사로잡았던 기타리스트가 스티브 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년후 고삼이 되고 나서야 스티브 바이의 passion & warfare 를 듣고 팬이 되었던지라 설마 저 우스꽝 스러운 비디오의 기타리스트가 괴짜 천재 구도자 같은 이미지의 스티브 바이일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난히 기억에 남아있던 불꽃모양의 기타를 스티브 바이의 기타 컬렉션에서 발견하고 다시 스티브 바이가 솔로로 활동하기 전 밴드활동의 경력을 뒤져보고 화이트 스네이크와 데이빗 리 로스의 비디오를 뒤져서 찾아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꼼꼼한 사업가 타입이라는 데이빗 리 로스답게 최고의 테크니션인 빌리 시헌과 스티브 바이를 양쪽에 포진시켜 놓고도 키보드가 전면에 등장하는 팝송을 부르고 있다. 그런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두 사람의 플레이란. 이렇게 20년전 가슴을 두드렸던 비디오를 보고 있자니 참 그 동안 먼길을 걸어왔군 이란 생각이 든다.
부록은 그 당시 야한쪽으로 가장 문제가 많다고 소문만 자자했던(본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 yankee r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