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5. 04:06 favorites/movie

박쥐

스포일러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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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녀의 사랑을 득하지 못한 신부는 명분있는 우아한 자살을 감행하지만 부활하여 영생과 죄의 본성을 얻게 된다.
 수녀의 고해성사에 신부는 죽은 놈은 잊으라고 한다. 그러자 수녀는 남자건 뭐건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신부님은 기도나 해주시라고 쏘아 붙인다. 신부는 누군가를 살리지 못해서 죽으러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 환자는 나중에 신부에게 피를 공급하는 음식으로 전락한다. 어짜피 갈구하던 욕망에 대한 죄의식으로 죽으러 들어간 것 뿐이다. 자살과 순교는 비슷한 것이다...라는 언급이 나온다. 죽어가는 이를 위로하기 위해 연주하던 리코더로 피를 토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죽어가는 자신에 대한 연민. 쏟아지는 피.

2. 부활한 신부는 창녀와 사랑에 빠진다.
 마작판에서 송영창과 은근한 눈길을 주고 받는 김옥빈을 보자. 순진한 여자가 뱀파이어와 눈이 맞은 것은 아닌것이다. 이 여자, 원초적인 힘에 강렬히 끌리는 타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송영창은 실은 미성년자 성매매로 처벌을 받고 아직까지도 연기 활동에 족쇄가 차여진 연기자다. 사회적 힘으로 사회적 약자의 성을 착취한 배우라는 이미지는 영화에 오버랩된다. 니가 감독이라면 왜 송영창을 캐스팅 했겠니? 김옥빈도 처음 부터 욕망을 어쩌지 못해서 몸부림치는 인물이었던 것.
 신부는 자살자의 피로 연명한다. 종교적 구원과 죄를 교환하는 신부. 타인에게 종교적 안식감을 주는 것이 죄악이 된다. 욕망에 몸부림치는 선배 신부도 살해하고 그 피를 마신다.

3. 신부는 창녀를 얻기 위해서 친구를 죽인다.
 고통에 빠진 그녀를 구원하리라는 명목하에. 하지만 거짓말 이었어요. 이들은 죄의식에 시달리는데 그래봤자 코메디. 종교적인 죄의식이 아닌 원초적인 죄의식도 어짜피 이들에게는 코메디 일 뿐. 왜 신하균은 어색하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캐릭터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본다면.

4. 시어머니는 쓰러지고 그녀의 눈길은 여전히 무섭다.
 나는 이 영화에서 풍을 맞은 김해숙의 시선이 제일 무서웠다. 송강호와 싸움을 벌이는 김옥빈을 쳐다보는 위치에서 포커스 아웃 되어있는 그래서 이 쪽을 보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쪽에선 확인할 수 없는 시선. 마더는 죄악을 바라보고 분노할 뿐 무력할 뿐이네.

5. 신부는 창녀를 죽이고 부활시킨다.
 이 신부의 욕망이란 얼마나 찌질한가. 그만큼의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도 결국 이 여자에게 집착한다. 능력에도 불구하고. 처음 금지되었던 것에만 집중하는 집중력. 별 대단한 것도 아닌 개인적인 욕망이 죄악으로 치환되고 파멸로 이끄는 단초가 된다.

6. 일이 커지자 결국 자살을 택한다.
 태양에 불태워 지는 일종의 번제. 죽음과 피의 바다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처음 사랑의 모티브가 되었던 구두만을 남기고.


 커다란 어머니와 욕망으로 부터 거세된 아들과 창녀의 모티브. 예쁘게 차려입고 아무도 찾지 않는 상점에서 옷을 파는 두 여자의 이미지와 카톨릭이 오버렵된다. 죄악과 고통의 근윈일 뿐인 종교와 욕망. 욕망과 종교적인 타부가 모두를 괴롭게 한다.

 사랑이라는 죄 밖에 없었던 신부가 종교 때문에 악의 근원이 되고 그 종교의 최고좌에 앉아 있는 상징들을 차례로 해치운 다음에 스스로를 지옥앞에서 번제로 바친다. 이게 치정 살인극이라고? 농담도 참.

 좀더 표현주의 적으로 환상적이고 우아하게 만들어 졌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다. 보고 나서 대단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겐 한국영화 중에선 홍상수 감독 영화이래로 처음이다. 잘 만들었네 혹은 재미있네가 아니다. 와 이건 정말 대단하다! 라는 느낌인거다.
 게다가 김옥빈. 이 여배우는 10년전 부터 기획되었다는 이 영화를 위해서 한국 영화사에 예비되어진 배우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 존재감 없고 그냥 그런 여배우 였던 김옥빈은 이 영화 하나로 최고가 되었다는 느낌마저 있다. 김옥빈이 아니라면 이 역할을 누가 해낼 수 있었을까. 누가 섹시하면서도 사악해 보이는 저런 얼굴을 갖고 있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중요한 축은 하필 마더이다. 봉준호의 신작도 마더. 이 사회는 마침 비뚤어진 모성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은 시점에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봉준호의 신작도 기대가 된다.


Posted by 버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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